섬네일 아트는 퐁탱님께서 그려주신 동결세계입니다. 감사합니다. :)
오늘로 동결세계라는 게임을 만들어 공개한 지 정확히 300일이 되었습니다. 시간 정말 빠르네요.
첫작이라 미숙했고, 그래서 게임에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동결세계에 대한 설정 등의 이야기들을 300일을 맞이하여 조금 풀어놓는게 좋을 것 같아 이렇게 포스팅하게 되었습니다. 본래 장문의 글과는 맞지 않는 사람이라 가독성이라던지 동분서주하는 내용들은 양해 부탁드려요. :)
음악은 동결세계의 BGM들 중에 자작곡이었던 '갈망'을 청우님께서 리믹스 해주신 갈망 오케스트라 버전입니다. 함께 감상해주셔도 좋을 것 같네요! :)
1. 결론부터 말해서 동결세계는
멈춰서기 시작한 자들, 즉 아직은 다 멈추지 않은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사람들이 현생과 다음 생을 시험받는 무대입니다.
그러고보니 어째서 멈추지 않았는데 동결세계라는 이름이 붙었냐는 질문을 받은적이 있네요. 동결세계라는 이름은 사람은 아직 멈추지 않았지만, 생사를 헤매는 동안에 여태까지 그 사람이 살았던 현생의 시간은 멈춰버리게 되고, 그것을 그대로 카피한 세계가 된다는 뜻으로 붙여졌습니다.
2. 동결세계의 시험
동결세계에서는 해당 세계의 주인을 '생성자'라고 부릅니다. 생성자는 항상 자신에 대한 기억이 없는 상태가 되어 세계를 헤매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이 반드시 현생을 이어가야 할 목적을 가지고 있는 지, 그것을 떠올릴 수 있는 지의 여부를 두고 시험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시험의 감독관을 이후에도 주구장창 우려먹고 있는 '길잡이'라고 합니다. :)
3. 동결세계와 길잡이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사후세계와 환생에 대한 판타지를 가지듯이 저 또한 그런 세계의 존재를 상상하고 즐깁니다. 특히 사후세계에 대한 로망으로 저승사자의 존재를 빼놓을 수가 없겠죠?
길잡이들은 위에서도 얘기했던 것처럼 동결세계의 생성자가 현생에 남을 것인지, 다음 생으로 향할 것인지를 두고 감독하는 일을 합니다. 저승사자와의 역할과는 조금 다른 것 같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저승사자의 역할인 죽은 생명체를 다음 생으로 이끄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길잡이는 생성자에게 개입하지 않고 그들이 세계를 너무 헤매이지 않게 돕는 역할만을 합니다. 다만 본편에서 유수연에게 네네가 개입한 것은 어떤 뒷 이야기가 있기 때문인데, 당시 여건이나 역량이 부족하여 게임 속에 그 이야기를 담지 못했습니다. 불찰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따로 잘라서라도 그 문제를 반드시 풀어놓도록 할게요. (__)
여담으로 사실 처음 동결세계의 컨셉을 짰을 때까지만 해도 '길잡이'는 그냥 정장을 입은 인간 모습의 저승사자였고, 일을 돕는 파트너로 십이지신의 동물을 데리고 다닌다는 설정이었습니다.
제가 딱히 십이지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꾸러기수비대를 본 적도 없지만, 단순한 저승사자보단 좀 더 강한 캐릭터성을 부여해주고 싶었기 때문에 초기 설정에서 십이지를 엮어 넣었었지요.
이러한 길잡이의 컨셉이 바뀌게 된 것은 게임의 시나리오 전체를 한 번 갈아 엎으면서였습니다.
당시 길잡이의 모습이 담긴 게임 장면 일부입니다. 당시 길잡이의 역할을 했던 캐릭터는 사연이 많지만 저를 대변하는 캐릭터로 가장 많이 쓰였던 '안말자'라는 캐릭터였는데, 이 캐릭터에 대한 사연은 트위터를 뒤적이면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그러고보니 이때까지만해도 인간 모습이 없었던 네네가 길잡이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던 게 생각나는 군요. :)
4. 동결세계의 특이 생성자
본편의 후기방에서 특이사례일지라는 이름으로 짧막한 언급이 있었는데 기억하고 계신지 모르겠네요! 유수연은 동결세계에 전례가 없었던 특이 생성자에 해당했습니다.
이렇게 동결세계의 시험에도 예외는 존재합니다. 사람은 많아지고 환경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항상 정해진 틀의 결과만 나올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러한 설정을 두게 되었지요.
길잡이들은 전례가 없어 특이사례로 분류되는 일이 일어났을 때 추후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특이사례일지'라는 것을 작성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특이사례일지는 동결세계 이후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각 길잡이들의 '연구부'에서 특이사례가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분석하고 추후 있을 같은 상황에 당황하지 않을 수 있는 매뉴얼을 작성한다는 구조입니다.
작중에서 유수연의 특이사례는 생성자가 둘로 나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팬아트는 진달래님께서 그려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5. 인물 : 유수연
동결세계에 대한 무대 이야기는 이쯤으로 끝맺음이 가능할 것 같으니 이번에는 동결세계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설정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할게요.
첫번째 인물은 본작의 주인공인 유수연입니다.
수연이는 대기업의 사장인 어머니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아버지라는 부유한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나 자랐지만, 항상 바쁜 일정 탓에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았던 수연이로 인해 두 사람의 갈등이 시작되고부터 어두운 시간을 살게 됩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송지아를 만나고, 이후의 내용은 아시다시피 :)
초기설정에서 수연이의 눈 색깔은 보라색이었습니다. '붉은색과 푸른색이 합쳐지면 보라색이니까!' 라는 단순한 설정이었는데, 후에 어두운 면인 붉은색을 마음 속 깊숙히 감추고 있다는 의미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색상은 페퍼의 푸른색을 따라가도록 바꿔 페퍼와 같은 푸른색의 눈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는 설정이 변한 것이 없군요.
좋아하는 것은 송지아, 곰인형, 피아노, 쥐를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
싫어하는 것은 불과 관련 된 모든 것.
패기가 넘치고 은근 직설적인 면이 있어서 부모님이 이혼하면 둘 다 안 따라가고 혼자 살 거라는 이야기를 해놓고 실행에 옮겼다거나 일진 같은 인상을 줬던 송지아에게도 직구를 꽂는 등의 행동을 하곤 했습니다.
부모님을 원망한다고 말하지만 속은 그렇지 않습니다. 동결세계의 에피소드가 끝난 뒤까지도 두 사람이 재결합 할 때까지는 얼굴을 안 보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있지만, 온라인을 통한 연락은 꼬박꼬박 하고 있습니다.
유수연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내 어두운 면의 모습도, 밝은 면의 모습도 모두 나의 모습이라는 걸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항상 부정적으로 보이는 자신과 긍정적으로 보이는 자신이 너무 다른 것 같다며 둘 중 진짜 자신이 어느쪽일까 우울해하던 친구에게 개인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던 생각입니다.
팬아트는 안룩님께서 그려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6. 인물 : 송지아
두 번째 인물인 송지아. 왼쪽은 고등학교 때의 모습, 오른쪽은 현재의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동결세계가 수연이의 시점에서 보는 세계다보니 지아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깊게 다루지 못했습니다. 고교시절 또래 여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많고, 남을 이끌고 챙기는 것에 능한 타입입니다. 게임에선 풀지 못했지만, 초등학교 시절 자신이 왕따를 당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주위에 겉돌거나 어울리지 못하는 친구를 방관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지아가 수연이를 챙기게 된 것도 역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런 지금의 송지아를 디자인할 때 가장 영향을 받았던 것은 영화 소원의 액자글입니다.
"가장 외로운 사람이 가장 친절하고, 가장 슬픈 사람이 가장 밝게 웃는다. 그리고 상처 입은 사람이 가장 현명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남들이 자신과 같은 고통을 받는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컨셉을 작중에 드러내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
수연이가 동결세계에 대해 지아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듯이 지아 또한 수연이에게 감추고 있는 사실이 존재합니다. 바로 이것이 네네의 돌발행동에 대한 당시 역량이 부족해 집어넣지 못했던 어떤 뒷이야기이며, 언젠가는 꼭 풀고 넘어가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
친구가 지아 뿐인 수연이와는 달리 발이 넓고 아는 사람도 굉장히 많으며 모임에도 자주 불려나가는 바쁜 캐릭터지만, 그 어떤 일보다도 수연이를 1순위로 챙깁니다. 수연이가 초특급 다이아몬드수저(...)라는 사실을 알게된 것은 유원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로 별로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것은 유수연, 만화, 게임.
싫어하는 것은 쥐.
송지아의 초기컨셉은 지금과 정말 많이 다릅니다.
△ 어메이징 할 정도의 초기컨셉
너무 개성이 강한 패션에 빵봉투를 뒤집어쓰고 다니는 괴짜의 끝판왕이었기 때문에 산으로 갈 것 같은 느낌과 여러모로 설정을 넣어주다보니 컨셉이 아예 대격변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습니다.
7. 끝으로
멈춰 서기 시작한 이들의 기억은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세계는 그대로 정지하며
정지한 세계는 운명을 부여하고
운명은 그들을 갈림길에 세운다.
현생과 다음 생의 기로,
어쩌면 다시 움직일 수도 있는
육체를 잃은 자들의 기억 속 세계
우리끼리는 이것을
<동결세계>라고 말한다.
게임의 제일 마지막에 "결국 동결세계란 이런 것이다."라는 걸 시의 느낌으로 집어넣었던 글입니다.
저한텐 굉장히 낯간지럽지만 많은 분들이 어쩐지 분위기가 있어서 좋아해주신 글이기도 하네요.
등장인물 중 네네의 경우는 앞으로도 계속 풀어나가야 하는 캐릭터인 만큼 설정 공개에서 제외하였습니다.
아무튼 게임을 내놓고 300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기까지 동결세계의 설정과 세계관, 수연이와 지아의 이야기를 좋아해주시고 아껴주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잘 부탁드립니다! :)
- 2015. 06. 19 동결세계 300일 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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